우리 사회 지각변동 예고한 김영란 법
벤츠 여검사 사건의 “국민 법 감정” 담은 입법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400만명에 이르러 그 시행과 함께 우리 사회의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 결정이 내려져 이제 더 이상의 논란의 여지 없이 시행에 들어갈 김영란법을 심층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 김영란 법은 ?

201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1심에서는 여검사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4462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항소부부터 문제의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형천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내연관계였고, 최 변호사의 경제적 지원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 등을 볼 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흔히들 예기하는 ‘김영란 법’이다.

김영란 법의 핵심은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하자는 취지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국회, 법원, 정부, 지방자치단체, 정부출자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 국공립 사립학교, 언론사, 대학병원 등에 재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을 불문하고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대가성을 불문하고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1회 3만원(음식물),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아서는 안되며 화환을 포함한 경조사비도 1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역시 연간 300만원 이하 금품수수 시 수수 금액의 2~5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도 법령에 위반해 인허가, 면허, 특허, 시험인증 등을 처리하는 행위, 조세 등 감경 면제행위, 채용 승진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입학성적 조작행위 등 15가지를 위반하면 유형별로 최대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형에 처해진다. 

○ 왜 논란인가?

법으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겠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다 공감하고 지키려 하겠지만 법 적용이 문제다.

예를 들어 평소 친하게 지내온 시청 공무원과 기자가 개인적인 약속으로 저녁자리를 만들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면 어떻게 될까?

삼겹살 1인분에 1만5천 원 선이라고 가정하고 3인분에 소주 2병을 나눠 마시고 공깃밥에 된장찌개를 시켜먹었다면 대략 6만 원 정도의 금액이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영란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 1인당 3만원의 음식물을 접대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공무원이 자신은 삼겹살을 1인분 정도밖에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또한 누가 누구에게 접대했을까? 개인 친분에 의해 만났지만 직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할까? 등등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법은 오는 9월 28일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식사비가 3만원만 넘어도 검경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단순한 교류도 불법 행위 수사를 명분으로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아 먼지털이식 수사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자식을 결혼시킨다거나 부모의 칠순 잔치, 장례를 치룰 때에도 축의금, 조의금 봉투를 열어보거나 장부를 뒤질 수 있다는 말이 가능해진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김영란 법에 의하면 배우자 금품 수수와 관련 신고 의무 규정이 있다. 즉 배우자가 자신도 모르게 3만원이 넘는 식사를 대접받았다가 같이 식사한 사람이 자신과 직무 연관성이 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접대 받은 배우자를 미신고시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 부부가 서로를 김영란 법을 어겼는지 의심하며 살아야 하며 어겼을 시 꼭 신고해야 한다.

김영란 법에 의하면 법에 적용되는 많은 사람들은 명절 때 선물도 저가의 선물세트 외에는 주고받을 수 없게된다.

건강을 위한 건강음료 세트나 미용을 위한 화장품 세트, 사과, 배, 생선 등 고급도 아닌 중가의 선물세트 만해도 5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덕분에 축수산업과 과일농가에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FTA 등으로 가뜩이나 경쟁력을 잃어가는 농가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법이 될 것이다.

김영란 법에 의하면 기업과 사회단체, 정부기관이 대외 홍보를 목적으로 발행해 외부에 무료로 배포하는 간행물인 사외보도 언론사에 해당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사외보의 폐간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사외보를 발행할 경우 사외보 발행인인 기업 대표와 사외보 업무담당자 등을 '공직자' 범주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활동 제약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발 빠르게 폐간을 결정한 곳도 있다.
덕분에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출판업계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 김영란법은 일반음식점들의 영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 사진은 하루 바지락칼국수 한그릇도 못 파는 날도 있다는 평택호 관광지의 상가들 모습.

○ 이제 어떻게?

전국 농수축산업 종사자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일명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대상에 농수축산물을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한국농축산연합회는 ‘김영란법 규탄·농수축산물 제외 촉구·전국농축수산인 대회’를 열고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청렴 사회로 나가고자 하는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 법 대상에 농수축산물을 포함하면 농가경제를 파탄시키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최근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음식가격이 한식의 경우 48%(한우의 경우 100%), 일식은 75%, 중식은 40%가 시행령(안)의 가액범위인 3만원을 초과했다”며 “기존 시행령(안)이 시행될 경우 외식업의 폐업 속출, 매출 감소 등으로 경영수지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며 이는 농수축산업과 외식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도 지난 20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김영란법’이 현재대로 시행되면 연구기관별 분석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연간 농수축산물 수요는 2조 3천억 원, 음식점 수요는 4조 2천억 원 등 최대 6조 5천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덧붙여 농수축산업과 음식업의 영향으로 사회 전체적인 취업은 최대 18만 3천명, 고용은 최대 6만 3천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식사는 최소 5만 원 이상, 선물은 시중 유통되는 선물세트 가격과의 격차를 고려해 최소 1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오는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 법에 의해 서민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이 모호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여부 ▲3·5·10만원 규정이 죄형 법정주의의 위배 여부 ▲언론인·사립교원을 적용 대상에 넣은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등의 허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허점들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기자협회, 인터넷 언론사, 사립학교 관계자 등은 지난해 3월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헌법소원을 냈고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 났다.  결국 많은 논란이 이어져 오던 김영란법은 오는 9월 28일 그대로 실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