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정부가 용인 남사에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불거졌던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대한 평택시 대응이 호평을 받고 있다.
당초 평택시와 용인시 간의 갈등이 다시 재현될 것으로 점처졌으나, 평택시의 발빠른 대처로 반발 극복하고 오히려 정부지원이란 실질적인 이득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은 평택 진위면과 용인 남사읍 일대 3.8㎢ 규모로 1979년 지정됐다. 이후 해당 보호구역 해제 여부를 두고 용인시와 평택시의 입장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었다.
용인시의 경우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해제를 요구했고, 해제 권한이 있는 평택시는 수질 보호와 취수원 확보를 근거로 보호구역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2015년에는 두 지자체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용인시는 당시 시장을 포함한 대규모 인원이 평택시청 앞에서 농성 시위를 펼쳤고, 이에 평택시의회에서는 삭발식을 강행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어 2016년 용인시‧평택시‧안성시는 공동 연구용역을 수행해 용역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합의를 하며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이듬해 도출된 연구 결과에 3개 시 모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또 2018년에는 상수원보호구역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생협력 추진단’도 발족했으나 별다른 활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발표된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에 따라 두 지자체의 갈등을 또 다시 재현될 것처럼 보였지만 정부 발표 1년 만인 지난 4월, 평택시와 용인시, 그리고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부,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삼성전자 등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골자로 하는 ‘상생 협약’을 체결하면서 평택시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란 최종 결정을 내린 뒤 봉합됐다.
이에 용인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역 전역에서 현수막을 붙이며 이번 협약을 축하했다.
또한 오랜 지역 숙원이 해결된 기쁨과 향후 삼성전자가 360조 원을 투자해 조성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기대감이 용인 곳곳에서 묻어났다.
하지만 평택시의 분위기 차분하다. 오랜 갈등 끝에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돼 큰 반발이 예상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는 평택시 차원에서도 이번 협약이 이른바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평택시는 실제 협약에서 지금까지 요구했던 사항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송탄 취수장에서 취수하던 물 이상을 얻어냈다. 협약에 따르면 평택시는 하루 15만 톤의 용수를 팔당 상수원에서 추가로 공급받기로 했다.
해당 물량은 애초 평택의 삼성전자 사업장이 확대될 때 공급하기로 예정된 수량이지만, 이를 평택의 일반 상수도로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대신 삼성 측에게는 향후 바닷물을 담수한 물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로 하는 평택호의 수질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협약서에 명시된 점이다.
주요 사업은 평택호의 중점관리저수지 지정, 수질 자동 측정소 2개소 설치, 수질정화습지 조성 등이다.
여기다 평택호가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될 경우 현재 4등급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평택호 수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평택호로 흐르는 하천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이 경우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 포함된 진위천은 물론, 평택의 주요 하천인 안성천도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평택시의 예상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보호구역 지정에 따라 개발이 제한됐으나 보호구역 해제에 따라 평택시도 이 지역에 주거‧문화‧산업이 어우러지는 친환경 복합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도로망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정장선 평택시장은 “주민 다수도 상수원보호구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수질 개선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진다면 해제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평택시는 대승적 차원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이어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오히려 우리 자연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 등을 수렴해 이 일대를 주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