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가 추진하고 있는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개발 사업 시행자 변경으로 시와 시의회, 주민과 주민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평택시는 지난 달 26일 사업시행자 변경을 골자로 한 '평택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계획 변경 승인 신청에 따른 보완계획'을 제출했다.
보완계획은 성균관대학교 캠퍼스와 주거·산학협력단지 등을 조성하는 평택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을 사업 시행자인 중흥건설이 1조1,000억 원을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SPC(특수목적회사) 지분구조는 평택도시공사 30%(15억원), 중흥건설 70%(35억원)로 변경된다.
이 사업의 기존 지분구조는 평택도시공사 32%, 메리츠종금증권 4%, HN투자증권 3%, PKS 브레인시티 30.5%, 청담씨엔디 30.5% 등이었다.
○ 시와 시의회간 갈등
이 과정에서 평택시의회는 시의회의 동의도 없이 사업시행사를 변경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회와 상의도 없이 사업시행자 변경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평택시가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진행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평택시는 지난 4일 시의회 간담회장에서 열린 ‘7월 시의원 간담회’에서 “이번 사업시행자 변경이 평택시의회의 사전 승인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공기업과는 평택시민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의한 “SPC 민간사업자가 당초 4개사에서 1개사로 변경된 것에 대해 새로이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나?”라는 질의에 대해 시의회의 손을 들어 줬다.
행정자치부는 “질의한 사안과 같이 4개의 사업시행자와 도시공사가 각각 지분율 68%, 32% 만큼을 출자하여 SPC를 설립하기로 하고 이에 대해 시의회 의결을 받은 이후, 사정 변경으로 인해 4개의 사업시행자가 1개의 사업시행자로 변경되었다면, 설령 도시공사의 출자 지분율이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의회가 투자 타당성에 의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의 변경으로 보인다”며 “1개의 민간사업자와 도시공사가 설립하고자 하는 SPC에 대한 출자는 당초 시의회 의결을 받았던 출자와는 별개의 출자행위로 보아 다시 한 번 타당성 검토와 의결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또한 시의회의 재승인이 필요한 이유로 “SPC에 참여하는 사업시행자의 변경으로 인해 변경된 사업시행자의 재무건전성, 자본조달능력 등에 따라 사업 추진방식, 재원 조달방법, SPC의 명의로 차입할 수 있는 사업비 규모 등이 달라질 수 있다”며 “추후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아 법적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시의회 의결을 받았던 SPC의 민간사업자와 실제 사업을 수행한 민간사업자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192회 평택시의회 임시회 회기 중인 지난 10일 박환우 시의원 등 5명은 평택시의 일방통행식 사업자 변경은 지분 몰아주기를 통한 특혜일 수 있다며 '브레인 시티 SPC 지분 구조 및 주주변경추진 관련 감사원 감사 청구의 건'을 제기하며 평택시를 압박했다.
이들 시의원이 발의한 감사 청구 건은 시의회 운영위원회를 거쳐 본 회의에서 검토 후 통과되면 감사원에 사업자 변경 과정에서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게 된다.
시의원들은 감사 청구 이유에 대해 "평택 도시공사 사장은 출자의 필요·타당성을 검토해 시장에게 보고하고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지방공기업법 제54조를 근거로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 SPC 지분 68%를 법 절차를 무시한 채 비밀리에 특정 건설사에 몰아주고, 시공권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혜 의혹이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복수의 대기업 건설사 책임준공 약정을 공개경쟁 절차 없이 중흥건설에 단독 시공으로 책임준공 약정을 변경한 건 문제가 있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어도 시의회 의결은 거쳐야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의원들이 발의한 ‘브레인시티개발사업 시행자 변경에 대한 감사청구’는 앞서 주민들의 주민감사청구로 인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재광 시장은 지난 14일 열린 제192회 평택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공공 SPC 설립 당시에 시의회의 승인을 거쳤고 이후의 주주간 변경에 대해서은 9개 법무법인 등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시의회 승인 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기도와 평택시에서 행자부에 정확한 답변을 요구한 상태”라고 답해 기존의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 주민들간 갈등도 이어져
갑작스런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개발 사업 시행자 변경은 사업시행지 거주 주민들간에도 한쪽은 조속한 사업시행을 한쪽은 사업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며 주민들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브레인시티 사업지구 토지주와 주민, 지역사회단체로 구성된 ‘브레인시티 해제 추진위원회’(이하 해추위)는 지난 11일 평택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을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해추위은 “브레인시티사업지구 주민들은 지난 2007년도부터 지금까지 속고 속으면서도 조만간 추진된다는 평택시, 시행사 등의 말만 믿고 기다려왔다”며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면서 정신적, 물질적 고통과 피해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평택시는 또다시 주민들에게 기다리라고, 조만간 잘 될 거라며 시행사를 중흥건설로 갑작스럽게 바꾸고 주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추위는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이 그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는 초기 자본금 5억원의 실체도 불투명한 시행사 때문이다”며 “평택시가 서둘러 중흥건설을 새로운 시행사로 변경하면서 애꿎은 주민들만 또다시 우롱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평택시의 불투명하고 무리한 일방통행식 브레인시티사업 살리기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으로 문제점투성이며,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년을 고통받아왔는데 다시 10년을 고통 받을 수 없다”며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을 즉각 해제하고, 평택시장은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해추위는 “해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행동을 다할 것을 천명한다”며 “지난 10일 671명 연서명으로 ‘평택브레인시티일반산업단지 국민감사청구’를 감사원장에게 제출했으며, 법적 대응도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편에서는 사업지구 내(內) 지주(地主)들 임의단체인 ‘브레인시티 통합지주협의회’(위원장 김준수, 이하 통합지주협의회)는 지난 14일 제192회 평택시의회 임시회가 열린 평택시의회 정문 앞에서 ‘브레인시티 사업자 변경 관련 경기도의 조속한 입장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주민을 선동해 민민(民民)갈등을 조장하는 외부세력개입의 즉각 중단”과 “일부 시의원들에 고의적 사업지연으로 인한 주민피해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 부담” 등을 주장했다.
통합지주협의회는 여러 요소로 인해 사업 결정이 미뤄질 경우 지난 10년 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발생한 주민피해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과 특정 정치 배후세력이 이와 같은 상황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준수 위원장은 “우리 주민들은 땅값을 더 달라는 등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당지역구도 아닌 시의원 다섯 명이 시의회 의결사항이라느니, 감사청구를 하겠다느니…라며 나서고 있다”며 “급기야는 급조된 시민단체까지 나서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사업의 본질은 어디간지 모르는 상황을 발생시켜 내년 지방선거까지 사업 연장을 획책하고 있다. 주민의 일은 주민이 해결할 수 있도록 내버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위원장은 최근 지구지정해제를 주장하는 ‘브레인시티 해제촉구 위원회’에 대한 강력한 불신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말은 위원회라고 하는데 확인해보니 위원장도, 사무국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업 진행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데 듯도 보도 못한 단체가 어느 날 급조돼 해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더욱이 해제추진위원회에 토지주도 아닌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이처럼 상반된 주민들간의 주장이 갈등요소가 될 수 있음을 제192회 평택시의회 임시회를 방청하면서 극명히 나타났다.
이날 시위에 나선 통합지주회 소속 주민들뿐만 아니라 해추위 소속 주민들도 함께 방청을 했다.
방청에 나선 주민들은 시정질의와 7분 발언을 하고 있는 시의원의 주장에 한쪽에서는 찬성하는 의사표시를 또 다른 쪽에서는 노골적인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윤태 시의장은 2번이나 방청에 나선 주민들에게 주의를 줘야 할 정도였다. 또한 시의회 밖에서도 소소한 언쟁이 이어지는 등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 앞으로 전망은?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는 시의회와 주민이 반발하고 있어 법률적 문제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지난 7일 밝히면서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아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주민감사청구 결과를 보고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냐는 등의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26일까지 1조1천억 원의 PF 대출약정을 체결하도록 한 법원의 조정안을 평택시가 이행하지 못해 대안으로 중흥건설을 끌어들인 것으로 경기도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은 해지 수순을 거치게 된다.
설사 경기도가 승인을 해준다 해도 지금처럼 시와 시의회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민·민간 갈등이 표출된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해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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